2025. 6. 1. 16:07ㆍ개발자 소개글/작은 팁
요즘 채용시장에서 드는 감정이 있다. 내가 실력이나 경험이 부족해서 탈락하는 게 아니라, 채용이라는 구조 자체가 비논리적이고 일방적이기 때문에 거부감이 든다는 점이다.
진짜 실력자는 채용 전형 하나만 봐도 그 회사가 어떤 마인드를 갖고 있는지 파악한다. 그리고 그런 사람일수록 조용히 사라진다. 아무 말 없이.
이 글은 내가 직접 겪은 “절대 이렇게 채용하지 말아야 할 사례”들을 모아 반면교사로 남기는 기록이다. 단순한 하소연이 아니라, 더 나은 채용 문화를 위한 제안이다.
내가 내가 언젠간 창업을 하거나, 임원진 또는 팀 리더가 되어 면접관이 된다면, 적어도 아래는 하지 않을 것이다.
단, 이 글에서 말하는 대상은 묻지 마 지원, 직무 적합성에 어긋난 지원자를 제외하고, 성의 있게 서류를 작성을 한 인재를 평가할 때의 태도를 말하는 것이다.
특히 스타트업 리더나 임원진들에게 꼭 전달해주고 싶다. 당신이 대했던 그 지원자, 언젠가는 다시 당신을 마주칠 수도 있다.
1. 채용 연락을 광고용 번호(1588 등)로 보내지 마라
회원 가입 시 수신 동의를 했다고 해도, 채용 관련 연락을 ‘1588-XXXX’ 같은 대표번호, 즉 대량발송 문자 번호로 보내는 건 매우 무례하다.
그런 번호는 보통 스팸, 공지, 요금 청구 같은 비인간적 통보에 쓰는 채널이다. 그런 번호로 면접 제안이 오면? 대부분 스팸으로 간주하고 차단한다.
나도 실제로 그렇게 차단했고, 나중에야 채용 연락이었단 걸 알았다. 하지만 그땐 이미 신뢰가 무너진 뒤였다.
채용은 단순한 통보가 아니라 사람을 설득하는 과정이다. 메시지 하나도 진정성 있게 접근해야 한다. 담당자 이름도 없고, 수신자 배려 없는 문자는 그 순간 끝이다.
👉 이렇게 해야 한다: 최소한 이메일이나 일반 전화번호, 채용담당자 이름이라도 걸고 연락하라. 사람을 대한다면 사람답게 대하라.
2. 무리한 전형 요구 + 회사 위주 프로세스
포트폴리오 제출, 과제, 3~4차 면접, 비현실적인 시간 요구까지 죄다 지원자 몫이다.
그런데 정작 협의는 안 된다? 회사들은 당연하다는 듯 이 모든 부담을 지원자에게 전가한다.
그러면서 정작 지원자의 사정에는 귀를 닫는다. “시간 조정은 불가합니다”, “우리 프로세스에 무조건 맞춰야 합니다.” 같은 일방통행은 협의가 아니라 통보다.
채용은 ‘쌍방 합의’다. 조직이란 결국 사람이 함께 일하는 곳이다. 입사 전부터 양보 없는 태도를 보이는 곳은, 입사 후에도 마찬가지일 가능성이 높다.
👉 이렇게 해야 한다: 과정을 단축하든지, 아니면 과정이 길다면 그에 걸맞은 피드백과 진정성을 보여줘야 한다.
3. 면접도 없이 “핏이 안 맞습니다”
가장 황당한 불합격 통보 중 하나다. 서류만 보고 "우리와 핏이 안 맞네요"?
정말 묻고 싶다. "내가 어떤 사람인지, 직접 만나보긴 했나요?"
실력자는 서류에서 다 안 드러난다. 조용히 쌓인 경력 속에 진짜 능력이 숨어 있는 경우가 많다. 튀면 부담스럽다고 탈락, 조용하면 무능하다고 넘긴다? 그럼 대체 어떤 스타일이 맞다는 건가?
대화 한 마디 없이 핏을 논하는 회사는, 애초에 사람을 만날 준비가 안 된 조직이다.
👉 이렇게 해야 한다: 최소한 짧은 인터뷰라도 진행해 보고 판단하라. 사람은 만나봐야 안다.
4. 면접에서 협의조차 안 되는 회사
면접과정에서 가장 먼저 봐야 할 건 협의 가능 여부이다.
그런데 일부 회사는 시작부터 선을 긋는다.
"저녁시간은 퇴근시간이라서 안됩니다.", “시간 조정은 어렵습니다” 같은 말로 협의 자체를 막는다.
이런 회사는 입사 후에도 다르지 않다. 일정을 조정하고자 하면 틀을 깨려 한다고 받아들이고, 피드백을 주면 불편해한다.
그 조직은 대화가 통하지 않는다. 그저 지시하고, 따르게 만들 뿐이다.
👉 이렇게 해야 한다: 최소한 협의할 수 있는 태도를 보여라. 입사 전부터 강압적이면, 입사 후는 말할 필요도 없다.
5. 면접 참여 여부 ‘빠른 회신’ 강요
하루 중 가장 황당했던 경험 중 하나는 이거다.
오후 4시 30분에 면접 일정 관련 메시지를 보내놓고, “오늘 6시까지 회신 부탁드립니다”라고 한다. 그리고 10분 뒤에는 다시 메시지가 와서 “5시 30분까지 정정합니다”라고 했다.
이게 무슨 협의인가? 이건 그냥 통보고, 일방적인 압박이다. 지원자가 늘 폰만 붙들고 회사 연락 기다리는 존재는 아니다.
이런 태도는 일정 관리를 못 하면서 그 책임을 지원자에게 전가하는 전형적인 케이스다.
👉 이렇게 해야 한다: 최소 하루 이상 회신 기한을 두고 정중히 요청하라. 시간 압박은 신뢰만 잃는다.
6. 피드백 요청에 침묵하는 회사
탈락은 괜찮다. 하지만 지원자가 정중히 피드백을 요청했을 때, “형평성 문제로 제공하지 않습니다”라며 회피하는 태도는 무책임하다.
모두에게 피드백을 줄 수 없다는 건 이해한다. 그런데 요청이 들어왔을 때조차 이유 하나 없이 묵살한다면, 그건 채용이 아니라 기계적인 통보다.
게다가 어떤 회사는 직접적인 피드백은 어려울 테니 간접적으로나마 채용 문화나 개발 문화 및 인재상 등의 대해 문의를 했을 때 피드백받은 사람과 안 받은 사람 간의 형편성 문제로 피드백을 줄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나는 개인적으로 이런 회사는 두 번 다시 엮이고 않을 정도로 싫어한다. 이러한 태도는 대화하기 싫고, 소통하기 싫은 업체로 보이며 회사 내부의 모습은 미래가 없다고 판단하였다.
👉 이렇게 해야 한다: 피드백 요청에 형식적 변명 말고, 최소한 '왜 어려운지' 정도는 말하라. 이유조차 숨긴다면 그 채용은 신뢰를 잃는다.
7. 이력서로 사람을 재단하지 마라
이력서는 언제든지 포장하거나, 반대로 줄여서 쓸 수 있다. 겉으로 보이는 스펙이 진짜 능력을 대변하지는 않는다.
그런데도 “경력 증명서를 꼭 내라”, “이전 회사에서 뭘 했는지 증명해라”는 식의 요구 자체는 이력서 자체를 못 믿겠다는 뜻이고 결국 신뢰의 출발선부터 끊어버리는 셈이다.
진짜 실력 있는 사람을 알고 싶다면, 면접에서 검증해 보면 된다. 성과야 얼마든지 부풀릴 수 있다. 하지만 이력서, 포트폴리오, 경력 기술서 등 기타 등 알아낸 정보를 바탕으로 하여 A4 용지 기준 3장 이상 분석하여 보고서 형식으로 만들어서 보아라. 이 경우 검증 포인트가 어디인지 알 수 있다.
내가 말하는 것은 Github 소스코드가 전부가 아니다. 실제로 나도 보안상 이유로 최근엔 소스코드를 공개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력서 내용, 포트폴리오 내용을 종합했을 때 읽어볼 경우 일관성이 어긋나는 지점은 반드시 눈에 띈다.
정 궁금하면 코딩 과제를 한번 던져보고, 테스트해 보아라. 그게 실력의 대한 검증이다.
사람은 겉으로 보고 판단할 수 없다. 10년 지기 친구도 다 알 수 없는 게 사람이다. 지원자도 마찬가지다.
👉 이렇게 해야 한다: 실력은 과제로, 사고방식과 소통 능력은 면접으로 판단하라. 겉모습만 보고 사람을 재단하지 마라.
8. 이력서 검토 시간도 신뢰의 기준이다
어떤 곳은 이력서 보낸 지 10분 만에 면접 오라는 연락이 온다. 반대로, 5분 안에 탈락시킨다. 이건 검토가 아니라, 걸러내기다.
지원자가 몇 년간 쌓아온 커리어를 몇 분 만에 판단한다면, 그건 사람을 진지하게 보지 않는다는 뜻이다. 그런 조직은 인사든 운영이든 피상적인 가능성이 높다.
물론 1차 필터링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진짜 검토는 최소한 1시간 이상, 때로는 2~3시간이 걸릴 수도 있다. 이것은 내가 직접 지원자 인적사항을 확인해 본 경험에서 나론 결론이다. 최소 3시간 이상 투자를 해야 겨우 지원자의 대해 분석할 수 있었다.
그걸 몇 분 만에 훑고 판단하는 건 평가가 아니라 무시다.
👉 이렇게 해야 한다: 최소한 1시간 정도는 투자해 진심으로 검토한 뒤, 인터뷰를 제안하라. 그게 사람에 대한 기본 예의다.
마무리 – 진짜 실력자는 채용방식에서 회사를 판단한다
이 글은 단순한 하소연이 아니다. 나는 이제 안다.
진짜 실력자는 이력서를 넣기 전에 회사를 살핀다.
면접 전형, 연락 방식, 반응 속도, 피드백 태도 - 이 모든 것이 회사의 수준을 보여주는 지표다.
채용 과정에서 이미 답이 나온다. 존중받지 못한 채용은, 애초에 관계가 될 수 없다.
회사는 사람을 구한다고 말하지만 사람을 대하는 방식은 그 말과 너무 다르다.
진짜 인재를 원한다면, 그들이 “머물 이유”를 먼저 만들어야 한다.
당신이 사람을 뽑는 입장이라고 해서, 사람을 평가받지 않는다고 착각하지 마라.
실력자는 당신이 만든 ‘채용 방식’을 통해
그 회사의 문화, 리더의 태도, 팀의 수준까지 전부 보고 판단한다.
조직이 만든 절차 하나하나가 바로 ‘대표의 인격’이고, ‘그 회사의 정체성’이다.
실제 운영 방식 역시 실력자들은 이미 다 파악하고 있다.
예를 들어,
당장 돈이 급하다고 무리하게 프로젝트를 수주하는 것,
5년짜리 규모의 시스템을 과거 SI 경험 하나로
6개월 안에 끝내려는 태도
이런 결정 하나하나가 곧 회사의 본질을 드러낸다.
실력자는 그런 의사결정을 보며 확신한다.
‘이 회사는 오래 못 간다.’
겉으로는 묵묵히 일하는 척하지만,
속으로는 이미 기회를 찾고 있다.
그리고 말없이, 확신을 가지고 떠난다.
'개발자 소개글 > 작은 팁' 카테고리의 다른 글
[예비사업자·기획자·소규모 업체·개발자 필독] - 사이드프로젝트, 스켈레톤 없이 시작하면 이렇게 무너집니다 (0) | 2025.03.25 |
---|---|
잡플래닛의 대한 나의 생각들 (1) | 2024.04.14 |
묻지 마 지원의 뜻 / 묻지 마 지원 예방 (0) | 2024.04.13 |
N년차, 혹은 이에 준하는 역량을 뜻하는 문장이란? (2) | 2024.03.21 |
코드를 짤 때 이것만 지키면 좋은 것들. (0) | 2024.03.20 |